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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으로 남는 인류, 후역사시대가 주는 메시지

by 신문 읽어 주는 아재 2025. 4. 9.

역사시대란 무엇인가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자신들의 삶을 기록하고 전해 내려오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역사시대’란, 문자가 발명되어 인간의 경험과 사건을 기록할 수 있게 된 시점을 의미합니다. 이를테면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설형문자나 이집트의 상형문자부터가 그 시작점입니다.

문자가 존재하기 이전, 구전으로 전해지던 시대를 우리는 '선사시대'라 부르며, 문자의 발달 이후부터를 비로소 '역사시대'로 구분하게 됩니다. 역사시대는 단순히 오래된 시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이 가능해진 시대’를 의미합니다.

즉, 사건이나 인물, 사상이 문서를 통해 남겨지고, 후대 사람들이 그것을 바탕으로 과거를 이해할 수 있게 된 시점부터가 역사시대의 출발점입니다.

이러한 역사 기록은 대부분 문자로 남았고, 책이나 비문, 문서 등의 형태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전환점 앞에 서 있습니다.

 

후역사시대란 무엇인가

‘후역사시대’라는 개념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말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인류의 기록 방식이 ‘문자’에서 ‘디지털 영상’으로 이동하면서 등장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문자 기록에 의존하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개인의 일상조차 영상으로 남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요즘 유튜브나 SNS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누군가의 일상은 고스란히 영상으로 기록되고 공유됩니다. 단지 유명한 정치인이나 예술가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 말투, 감정, 심지어 습관까지도 영상으로 남게 되는 시대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록의 변화가 아닌, 인간 존재 자체의 기록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이처럼 방대한 영상 기록이 축적되는 시대, 즉 ‘후역사시대’는 인류가 문자 외의 방식으로도 스스로를 기억하게 되는 시대입니다. 더 이상 ‘글로만’ 존재하지 않고, ‘화면 속 생생한 모습’으로 후대에게 전해지는 시대인 것입니다.

동영상의 시대, 과거는 정말 사라졌는가

우리는 과거를 잊기 쉽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동영상이 일상이 된 지금, 과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존되고 있는’ 중입니다. 과거의 누군가가 무심코 찍은 브이로그, 혹은 인터뷰 영상 하나가 훗날 후손들에게는 역사적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7살인 제 막내아들이 70년 후 손자에게 “이게 나 어릴 때야”라며 유튜브 영상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 과거는 더 이상 흐릿한 기억이 아니라 실체를 가진 ‘기록’으로 남는 것입니다.

영상으로 남겨진 일상은 때로는 글보다 더 강력한 정보 전달력을 지닙니다. 감정, 분위기, 목소리의 떨림까지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과거를 ‘기억’이 아니라 ‘체험’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계기라 할 수 있습니다.

'먼 미래에도 후손들은 조상의 얼굴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의 의미

“먼 미래에도 후손들은 조상의 얼굴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 말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설명하는 문장이 아닙니다.

인간의 존재 방식, 기억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함축하는 말입니다.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눈빛의 온기를 느끼며 조상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인간 역사상 전례 없는 일입니다.

예전에는 조상의 이름만 남고 초상화조차 구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매일 찍은 셀카, 영상통화, 일상 브이로그 하나하나가 후대에게는 ‘조상의 실시간 기록’이 됩니다. 이는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역사적 실체로서 남는 것입니다.

후손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단지 연대기적 정보만이 아니라 감정과 모습까지 전달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후대에게 어떤 ‘기록’으로 남을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주는 의미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내가 남기는 기록은 어떤 방식으로 후대에 전달될 것인가?

문자와 사진 시대에는 선택적으로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상 시대에는 그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고, 자의든 타의든 대부분의 삶이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이는 ‘기록될 가치가 있는 삶’이라는 질문을 새삼 떠올리게 만듭니다.

저도 어느 날 가족 캠코더 영상을 보며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잊고 있던 저의 말투와 목소리, 엄마의 젊은 시절 모습, 형과의 장난이 그대로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영상’은 우리에게 과거를 되살릴 뿐 아니라, 그 삶의 무게를 다시 느끼게 하는 매개가 됩니다.

후역사시대,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들

후역사시대는 기회이자 동시에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기록이 많아졌다고 해서 모두가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 많은 영상이 존재하다 보면 오히려 진실은 흐려질 수 있습니다. 무엇이 진짜였는지를 구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또한 개인정보와 사생활의 문제가 동반됩니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영상에 등장할 수 있고, 그것이 인터넷 어딘가에 남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록의 양만큼이나, 기록의 ‘질’과 ‘윤리’에 대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후역사시대는 우리 모두가 역사 기록자이자 기록물 그 자체가 되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남기고 싶은 것은 어떤 모습일까요? 단지 꾸며낸 삶이 아닌,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기억될 수 있는 ‘진짜 나’일지도 모릅니다.